코끼리 다리가 끝없이 길어진다면
폐허의 세계와 부재(不在)의 의미2013년 《시안》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강현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코끼리 다리가 끝없이 길어진다면』이 시인동네 시인선 286으로 출간되었다. 울산광역시, 울산문화관광재단 ‘2026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 시집에는 「사물의 시간」 외 5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꽃과 나무의 이름이 가득한 이 시집을 읽으면 익숙한 노래가 떠오를 것이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가. 강현숙의 이번 시집은 이 질문의 답으로 읽힌다. 소멸과 상실의 운명을 인정할 수 있다면, 당신과 나는 서로를 평가하면서 갈라서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다. 미래를 강조하는 세계에서 시인은 꽃과 나무를 응시하며 아픈 기억을 곱씹는다. 꽃과 나무의 생멸은 ‘나’의 아픈 과거와 겹쳐지면서 새로운 삶을 움트게 한다. 인간은 모두 부재의 존재가 된다는 분명한 진실을 되새기면서 시인은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기억은 과거를 바꾸지 못하지만, 과거의 모든 의미를 소멸시키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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